[웹 2.0은 없다] 오래된 미래 이야기
WEB2.0 |
2006. 5. 8. 15:05
웹 2.0 열기가 뜨겁다. 닷컴이 지나온 긴 터널을 생각하면 모처럼의 활기가 나쁠리 없다.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앵콜을 하는 컨퍼런스가 있는 가하면 일반 언론들까지 웹 2.0을 다루는데 가세했다. 아직은 미국 이야기지만 관련 업체에 대한 투자나 인수합병 열기도 뜨겁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컨퍼런스'가 최고의 수익 모델인 ‘거품 2.0(Bubble 2.0)’이라거나, 업체들이 자신을 포장하는데 써먹는 마케팅 용어일 뿐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이런 갑론을박 속에서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사실 아주 근본적인 질문이다.
“도대체 웹 2.0이란 무엇인가?”
대답이 길어지는 것은 언제나 분명한 답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남의 용어를 빌려서 길잡이를 삼고, 그 다음이 어떻게 펼쳐질지 말해주기만 기다리면서 여행을 떠날 수는 없다. 누구나 자신만의 대답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필자는 부족하지만 지난 2월 15, 16일 웹 2.0 컨퍼런스에서 나름의 대답을 시도했다. 그리고 그 내용을 기반으로 다시 글을 쓰려고 한다. 물론 이것만이 정답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필요한 분들이 좋은 답을 찾아가는 데 작은 디딤돌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웹 2.0 혹은 오래된 미래
웹 2.0에 대한 여러가지 정의를 듣다 보면, 노자가 도덕경 첫머리에서 말했던 "도가도비상도, 명가명비상명 (道可道非常道, 名可名非常名)"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월드 와이드 웹이라는 것도 정의 내리기 어려운데 ‘2.0’이라는 말까지 붙었으니 뭔가 그럴듯해 보이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막상 사업이나 서비스에 적용하려고 하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사실 이런 '화두'식의 접근은 말을 잘 고르면 수많은 후발 논쟁을 불러일으키면서 처음 말한 사람(들)을 구름위에 올려놓는 경향이 있다.
웹 2.0은 누가뭐래도 용어 선택의 승리다. 차세대 웹이나 시멘틱 웹 같은 말이었다면 이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팀 오라일리의 생각과 달리 분명히 마케팅적이기도 하다. 사람들을 움직이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참여', '공유', '사람' 같은 광고 캠페인 용어들까지 전면에 배치되어 있다. 모호한 희망이 짙게 배어있다. 이렇다보니 "어떻게 적용하나?"나 "수익모델은?" 같은 질문에 곧바로 대답이 나오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웹 2.0은 잠깐 지나갈 유행으로 넘기기에는 의미가 너무 크다. 어떤 분들의 말처럼 차세대 웹이라서가 아니다. 오히려 웹의 본질을 짚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웹 2.0이라는 말이 등장하게 된 배경부터 그렇다.
이 개념은 2004년 미국의 한 컨퍼런스에서 브레인스토밍을 하면서 시작되었다. 닷컴 거품이 붕괴된 후에도 살아남아서 발전하고 있는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기업들의 공통점을 찾던 것이 출발이었다. 마치 스티븐 코비가 200년 간의 성공 관련 문헌을 조사해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정리한 것과 같은 방식이다. 따라서 웹 2.0은 '살아남은 닷컴 기업들의 7가지 원칙'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연히도 오라일리 역시 7가지를 정리했다.
1. 웹은 플랫폼이다. (The Web As Platform)
2. 집단지성을 활용한다. (Harnessing Collective Intelligence)
3. 데이터가 차별화의 열쇠다. (Data is the Next Intel Inside)
4. 소프트웨어 배포 주기란 없다. (End of the Software Release Cycle)
5. 가볍고 단순하게 프로그래밍한다. (Lightweight Programming Models)
6. 소프트웨어는 PC에 얽매이지 않는다.
(Software Above the Level of a Single Device)
7. 사용자들에게 더 많은 편리함을 제공한다. (Rich User Experiences)
몇몇 선구자들이 웹의 기초를 설계했지만 사실 그것이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는 완전히 알지 못했다.(각주 1) 사람들은 웹에 자신들이 참여한 지 10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웹이 어떻게 작동하는 세상인지 알게되었다.(각주 2) 웹 2.0이란 웹의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웹(과 사람에 대한 이해) 2.0'이다. 웹 2.0이 중요한 것은 새로워서가 아니라 '웹은 이렇게 돌아가고 이렇게 활용한다'는 원칙과 깊은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자주 언급되는 RSS나 꼬리표(tag)같은 기술 역시 실상은 그 본질을 담고 연결하는 도구라고 할 수 있다.
그 뿐 아니다. 웹 2.0이 지향하는 '열린 네트워크를 통한 거대한 협력 시스템'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다. 1997년에 나온 에릭 레이몬드의 '성당과 시장(The Cathedral and the Bazaar)'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리눅스와 오픈 소스 프로젝트의 원칙을 정리한 이 기념비적인 문서는 너무나 웹 2.0스럽다!
"일찍 발표하고 자주 발표하며,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위임하고, 뒤범벅이 된 부분까지 공개하는, 리누스 토발즈의 개발 스타일은 놀라울 뿐이었다."
양쪽의 차이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성당과 시장이 프로그래머라는 특정 집단이 서로 협력하면서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방식이라면, 웹 2.0은 더 넓게 확장되어 일반 사용자들이 웹 서비스 위에서 다양하게 협력하는 것이다. 영역은 다르지만 근본 마인드는 같다. 성당과 시장의 주장 몇가지를 웹 2.0의 눈으로 살펴보자.
웹 2.0은 오래된 미래다. 역사에서 찾은 미래이며, 본질에서 찾은 성공 전략이다.(각주 3) 피터 드러커는 인터넷 혁명을 전망하기 위해 철도 혁명을 되돌아 보았다.(각주 4) 마케팅 전문가인 알 리스는 "미래를 예측하는 유일한 방법은 과거를 연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웹 2.0을 신기술이나 새로운 혁명으로만 포장한다면 결국 또 한번의 실망으로 끝날 것이다.
이런 갑론을박 속에서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사실 아주 근본적인 질문이다.
“도대체 웹 2.0이란 무엇인가?”
대답이 길어지는 것은 언제나 분명한 답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남의 용어를 빌려서 길잡이를 삼고, 그 다음이 어떻게 펼쳐질지 말해주기만 기다리면서 여행을 떠날 수는 없다. 누구나 자신만의 대답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필자는 부족하지만 지난 2월 15, 16일 웹 2.0 컨퍼런스에서 나름의 대답을 시도했다. 그리고 그 내용을 기반으로 다시 글을 쓰려고 한다. 물론 이것만이 정답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필요한 분들이 좋은 답을 찾아가는 데 작은 디딤돌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웹 2.0 혹은 오래된 미래
웹 2.0에 대한 여러가지 정의를 듣다 보면, 노자가 도덕경 첫머리에서 말했던 "도가도비상도, 명가명비상명 (道可道非常道, 名可名非常名)"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월드 와이드 웹이라는 것도 정의 내리기 어려운데 ‘2.0’이라는 말까지 붙었으니 뭔가 그럴듯해 보이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막상 사업이나 서비스에 적용하려고 하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사실 이런 '화두'식의 접근은 말을 잘 고르면 수많은 후발 논쟁을 불러일으키면서 처음 말한 사람(들)을 구름위에 올려놓는 경향이 있다.
웹 2.0은 누가뭐래도 용어 선택의 승리다. 차세대 웹이나 시멘틱 웹 같은 말이었다면 이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팀 오라일리의 생각과 달리 분명히 마케팅적이기도 하다. 사람들을 움직이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참여', '공유', '사람' 같은 광고 캠페인 용어들까지 전면에 배치되어 있다. 모호한 희망이 짙게 배어있다. 이렇다보니 "어떻게 적용하나?"나 "수익모델은?" 같은 질문에 곧바로 대답이 나오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웹 2.0은 잠깐 지나갈 유행으로 넘기기에는 의미가 너무 크다. 어떤 분들의 말처럼 차세대 웹이라서가 아니다. 오히려 웹의 본질을 짚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웹 2.0이라는 말이 등장하게 된 배경부터 그렇다.
이 개념은 2004년 미국의 한 컨퍼런스에서 브레인스토밍을 하면서 시작되었다. 닷컴 거품이 붕괴된 후에도 살아남아서 발전하고 있는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기업들의 공통점을 찾던 것이 출발이었다. 마치 스티븐 코비가 200년 간의 성공 관련 문헌을 조사해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정리한 것과 같은 방식이다. 따라서 웹 2.0은 '살아남은 닷컴 기업들의 7가지 원칙'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연히도 오라일리 역시 7가지를 정리했다.
1. 웹은 플랫폼이다. (The Web As Platform)
2. 집단지성을 활용한다. (Harnessing Collective Intelligence)
3. 데이터가 차별화의 열쇠다. (Data is the Next Intel Inside)
4. 소프트웨어 배포 주기란 없다. (End of the Software Release Cycle)
5. 가볍고 단순하게 프로그래밍한다. (Lightweight Programming Models)
6. 소프트웨어는 PC에 얽매이지 않는다.
(Software Above the Level of a Single Device)
7. 사용자들에게 더 많은 편리함을 제공한다. (Rich User Experiences)
몇몇 선구자들이 웹의 기초를 설계했지만 사실 그것이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는 완전히 알지 못했다.(각주 1) 사람들은 웹에 자신들이 참여한 지 10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웹이 어떻게 작동하는 세상인지 알게되었다.(각주 2) 웹 2.0이란 웹의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웹(과 사람에 대한 이해) 2.0'이다. 웹 2.0이 중요한 것은 새로워서가 아니라 '웹은 이렇게 돌아가고 이렇게 활용한다'는 원칙과 깊은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자주 언급되는 RSS나 꼬리표(tag)같은 기술 역시 실상은 그 본질을 담고 연결하는 도구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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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뿐 아니다. 웹 2.0이 지향하는 '열린 네트워크를 통한 거대한 협력 시스템'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다. 1997년에 나온 에릭 레이몬드의 '성당과 시장(The Cathedral and the Bazaar)'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리눅스와 오픈 소스 프로젝트의 원칙을 정리한 이 기념비적인 문서는 너무나 웹 2.0스럽다!
"일찍 발표하고 자주 발표하며,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위임하고, 뒤범벅이 된 부분까지 공개하는, 리누스 토발즈의 개발 스타일은 놀라울 뿐이었다."
양쪽의 차이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성당과 시장이 프로그래머라는 특정 집단이 서로 협력하면서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방식이라면, 웹 2.0은 더 넓게 확장되어 일반 사용자들이 웹 서비스 위에서 다양하게 협력하는 것이다. 영역은 다르지만 근본 마인드는 같다. 성당과 시장의 주장 몇가지를 웹 2.0의 눈으로 살펴보자.
성당과 시장 | 웹 2.0 |
"사용자는 공동 개발자다." | 플리커, 위키피디어 등에서 사용자는 공동 편집자다. |
"일찍 발표하고 자주 발표한다." | 끊없는 베타(Perpetual Beta) 서비스가 되어야 한다. |
"자료 구조를 훌륭하게 만든다." | 참여와 공유를 뒷받침하는 아키텍쳐가 필요하다. |
"완벽함은 더 이상 버릴 게 없는 상태를 말한다." | 단순하고 모듈화 된 프로그래밍을 한다. |
"기존 것을 재사용한다." | 에이잭스(AJAX)는 신기술이 아니라 신조합이다. |
웹 2.0은 오래된 미래다. 역사에서 찾은 미래이며, 본질에서 찾은 성공 전략이다.(각주 3) 피터 드러커는 인터넷 혁명을 전망하기 위해 철도 혁명을 되돌아 보았다.(각주 4) 마케팅 전문가인 알 리스는 "미래를 예측하는 유일한 방법은 과거를 연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웹 2.0을 신기술이나 새로운 혁명으로만 포장한다면 결국 또 한번의 실망으로 끝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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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의 미래를 보기 위해 본질로 눈을 돌려야 한다. 그 본질의 물꼬를 터주는 기술과 서비스를 지향해야 한다. 또한 웹 2.0이란 단어에 묶여 있을 필요도 없다. 그 단어는 불 붙이는 일로 생을 다하는 점화용 화두에 불과하다. 언덕 너머 세상은 팀 오라일리와 친구들 역시 알지 못한다.
부디 웹 2.0 논의가 짧은 욕심에 파묻히지 않고 웹다운 웹이 발전하는 전기가 되기를 바란다.
출처 : Z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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